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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美실리콘밸리 특파원

지난달 18일 이민가방과 커다란 캐리어를 두 손에 끌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마침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평소 조용한 동네가 폭죽 터지는 소리로 요란합니다. 마당 울타리 저편에선 옆집 인도계 애플 엔지니어가 자녀들과 불꽃놀이를 하며 웃고 있습니다. 그 풍경은 저에게 아직은 ‘그들이 사는 세상’이지만, 하루빨리 그 속으로 녹아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구글, 애플, 메타와 같은 빅테크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손에 닿는, ‘진짜 실리콘밸리’ 속으로요.

미국살이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2009년 워싱턴DC의 대학에 진학하며 학생으로 잠시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14년이나 묵은 과거의 경험은 거의 무용했고, 가는 곳마다 ‘수업료’를 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운전을 오래 했었기 때문에 준비 없이 현지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도전했다가 보기좋게 떨어져 시험비를 두번 내고 겨우 통과했습니다. 음식 포장을 하는데 결제창에 ‘팁 금액을 입력하세요’라는 안내문이 뜨길래 ‘맞아, 미국은 팁문화가 있었지’라고 기억을 더듬으며 20%의 팁을 주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포장은 안 줘도 되는거였습니다. 다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생활이 낯선만큼, 실제로 마주한 실리콘밸리도 제 상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세계 최대의 빅테크 본사들이 몰려 있는 곳인데도 빌딩숲은 커녕 2층 이상의 건물을 보기가 힘듭니다. 써니 캘리포니아를 기대했지만 밤만 되면 너무 추워져 가을에나 입을 생각으로 가져온 패딩조끼를 껴입고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이토록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일에 있어서도 지난 수년간 국내에서 IT·테크 분야를 취재하며 빅테크를 ‘좀 안다’고 자만했던 마음은 모두 지우고, 수습 시절 경찰서를 누비던 자세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대한 많은 현장을 찾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주재지는 실리콘밸리지만, 첨단 산업과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다닐 작정입니다. 헤매는 것을 아예 피할 순 없겠지요. 그럼에도 저에 앞서 실리콘밸리를 경험한 든든한 부장과 선배들이 있기에 빠르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혁신의 최전선에서 변화의 물결에 가장 먼저 휩쓸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충실하게 이 곳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지면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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