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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조선일보 사람들] (30) 스포츠 전문기자 이원용

본사가 추진한 경평축구전 실현
1929년 첫대회 관중 몰려 대성공

체육행정가로도 눈부신 활약
1920년 조선체육회 설립 주도

광복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지내
10년넘게 청룡기야구 총평도 써


스포츠 전문기자 이원용(李源容·1896~1971)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이원용은 1929년 10월 본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경평(京平)축구전을 실현시킨 주역이다. 경성과 평양을 대표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린 도시 대항 라이벌전이었다.

경평전에 거는 본사의 기대는 컸다. 서북과 기호(畿湖) 간 지역 갈등의 골이 깊은 시절이었다. 축구는 당시 가장 ‘조선화’ ‘민중화’된 운동으로 인기가 대단했다. 본지 사설 ‘경성평양축구’(1929년 10월 8일자)는 이 대회가 ‘경성·평양 양대 도시의 동포적 친선을 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썼다. 10월 8일부터 사흘 간 경성 휘문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경평축구전은 첫날부터 관중 7000명이 몰리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축구 선진 도시’ 평양이 2승1무로 승리했다. 이듬해 11월 열린 제2회 경평축구전도 2만명이 몰릴 만큼 대성황이었다. 경성팀의 승리였다.

◇본사 주최 미 프로야구 올스타팀 내한 주역

이원용은 이 대회를 전후해 본지에 입사했다. 그는 원래 오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한 운동선수 출신이다. 체육행정가로도 일찌감치 빛을 발했다. 1920년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 설립을 주도해 창립 이사 8명 중 하나로 뽑혔다. 조선체육회는 그 해 11월 첫 사업으로 ‘제1회 전(全)조선야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주최했는데, ‘야구인’ 이원용의 역할이 컸다. 전국체전 효시로 꼽히는 대회다.

이원용은 1922년 10월 일본을 방문 중이던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팀을 초청했다. 그해 19승 12패를 거둔 뉴욕 양키스 우완투수 웨이트 호이트,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뉴욕 자이언츠의 1루수 조지 켈리,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 허브 페녹 등 훗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스타들이 포함된 강팀이었다.

이원용은 당초 조선체육회 주최로 미국 올스타팀을 초청할 생각이었지만 반대가 심했다. 그러자 일본 유학 중이던 야구선수 박석윤을 앞세워 미국 올스타팀 감독 겸 주장 헌터를 만나 교섭을 진행했다. 조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그를 졸라 승낙을 얻어낸 이원용은 사재를 털어 계약을 성사시켰다. 1922년 12월 8일 오후3시 용산 만철운동장에서 미국 올스타팀과 맞붙은 조선대표팀은 23대 3으로 참패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견준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본사는 이 대회의 사실상 주최자였다.

◇사회부기자로 본정서 담당하며 스포츠 취재

이원용의 소속은 사회부였다. 언론전문지 ‘철필’(1931년 1월호)은 이원용이 사회부에서 ‘본정(충무로)暑’를 담당하면서 스포츠를 취재한다고 소개했다. ‘운동기자’ 이원용은 1931년 1월 엿새에 걸쳐 ‘과거 1년간의 운동경기계’ 기획을 썼다. 축구, 야구, 정구, 럭비, 농구, 배구 등 단체 경기를 집중 분석했다. ‘경오(庚午)년 야구계로 말하면 일반으로 부진된 상태에 빠졌었다’며 야구의 침체를 비판하는가 하면, ‘내용의 충실이나 또는 흥미의 초점이 되어 있는 것은 오직 축구 경기’라고 썼다.

이원용은 1933년 상반기까지 본사에 재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해 7월엔 ‘조선체육계’란 스포츠잡지를 냈지만 곧 유야무야됐다. 체육기자 이길용이 ‘군(君)은 현존한 조선야구계의 대선배로 자타가 공인한다’고 할 만큼 한국 야구계의 전설이었다.

이원용은 광복 후 대한야구협회 설립에 나서 2대 부회장을 지냈다. 본지와의 인연도 계속됐다. 본사가 1954년부터 주최한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총평을 10년 넘게 썼다. 1971년 12월 타계했을 때 영결식을 치른 곳도 동대문운동장 정문이었다. 야구와 함께 살다 간 영원한 야구인이자 스포츠기자였다.  본문자수:1573   표/그림/사진 유무:있음